주요 내용으로 건너뛰기

2018년 4월 21일

시험은 어렵지 않았다. 한시간 남짓의 등교길에 출력물을 읽기 급급했던 나조차도 괜찮다 느낄 정도였다.

날이 참 좋았다. 볕이 따사롭다가 뜨겁다가를 반복했다. 바람은 시원했다. 라일락 꽃 향기가 바람과 함께 날아들었다. 근처 밥집으로 가려던 발걸음을 돌려 곧장 집으로 향했다. 왠지 그래야만 할 것 같았다. 일종의 죄책감이었다. 예상치 못한 출혈에 대한. 에어쇼를 보고 오려던 계획은 까마득히 잊은 채였다. 

맑은 날의 한강을 눈에 담지 않고 핸드폰만 바라보며 범계역에 도착하긴 처음이었다. 2호선의 합정-당산 구간이 아니어서 그랬을지도 모른다. 동작대교를 지나는 4호선은 한강을 담아내기엔 너무 먼 곳에 있으니까.

바람이 시원했다. 얇은 옷 한겹을 입은 나에게도 춥지 않았다. 어쩌면 따뜻했을지도 모른다. 집 앞에 핀 꽃들이 이제야 눈에 들어왔다. 벌써 진 꽃을 대신해서 이파리가 돋아있는 나무들도 있었다. 꿀벌이 분주하게 꿀을 옮기고있었다. 

한참을 바라보다 사진을 찍었다. 도쿄 디즈니 월드에 놀러가 집단 자살을 한 일가족들의 특징 중 하나를 읽은 기억이 있다. 그들 모두의 카메라에는 사진이 없었다고. 아마 그 글을 읽은 이후부터 사진을 남기려 의식적으로 노력하는 느낌도 없지 않다.

놀이터 그네에 앉았다. 쏟아지는 볕에 등이 뜨거워졌다. 기분이 좋았다. 그네에 앉아있는 내 그림자를 찍었다. 마음에 들었다. 그렇게 한참을 걸터 앉아있다가 몸을 일으켜 집에 들어갔다. 꽃이 예뻤다.

일기를 씁니다

일기장 님의 창작활동을 응원하고 싶으세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