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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5월 19일

창문을 사이에 두고 마주한 하늘이 쾌청했다. 조금이라도 더 빨리 밖으로 나가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모자만 눌러쓴채 급하게 문을 열었다. 

예상대로 남 부럽지 않은 날씨였다. 날이 화창하고 바람은 선선했다. 찰랑이는 머리칼에 맞춰 몸을 살짝씩 흔들어댔다. 기분이 너무 좋았다. 얼마전 랜덤으로 설정해둔 음악 어플에서 나오는 노래까지 완벽했다. 컬러링을 바꿨다. 당연하다는 듯이 병원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걸을 생각만해도 지치던 나날들은 없었던것 마냥.

날이 좋아서 기분이 정말 좋아요. 창문에 눈을 고정시킨채 말하는 나를 향해 선생님은 놀란 표정을 지어보이셨다. 이제 더 많은 감정들을 느낄 수 있을거라면서 잘하고있다는 칭찬도 잊지 않으셨다. 지금 느끼는 이 작은 행복감 만으로도 이렇게나 벅차 오르는데, 조금 기대가 됐다.

엄마를 만났다. 서로에게 서로가 좋아하는 공간을 소개시켜줬다. 나는 서점을, 엄마는 옥상공원을. 노래를 부르면서 뜨거운 햇빛 아래 늘어지게 앉아있었다. 이 시간이 영원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자꾸만 들었다. 요즘들어 자주 하는 '매일이 5월 같았으면 좋겠다'는 생각과 비슷하게.

채소와 과일을 사들고 집에 오는 길에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눴다. 예전이면 대화가 5분을 넘기지 못하고 서로 언성 높이기에 바빴을텐데. 이번주의 감정변화는 어땠냐는 선생님의 질문이 떠올랐다. 그리고 그 질문에 놀라 잠시동안 가만히 멈춰있던 내 모습도. 우울을 기반으로 화와 서러움이 이따금씩 폭발하던 일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는 사실을 그제서야 알아차렸기 때문이다. 내 잘못이 아니었구나. 이제야 비로소 내가 나로서의 삶을 살아가는 기분이 든다.

비온 뒤 맑음이라고. 얼마 뒤에 찾아올 장마가 바닥을 다시금 흙투성이로 만들지도 모르는 일이지만, 어쨌든 그 후에 찾아올 따스함이 있으니까. 마치 오늘의 날씨처럼.

일기를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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