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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5월 30일

행복하고 긴 하루였다.

과제를 위해 두시간 더 일찍 맞춰뒀던 알람을 껐다. 다시 빠져든 꿈에는 시완이가 나왔다. 꿈속에서마저 따뜻하고 똑부러지는 사람이었다. 꿈이 깔끔하게 마무리되며 잠에서 깨자 문득 시완이가 보고싶어졌다.

지하철에 서서 레포트를 작성했다. 자리가 나서 앉은 뒤에도 그랬다. 꽤 여유있게 나왔다고 생각했는데 도착하고보니 고작 5분 더 일렀을 뿐이었다. 그 잠시를 아껴 담배를 피고 정시에 맞춰 강의실로 들어갔다. 끝내지 못한 과제를 꺼냈다. 수업은 아무렴 상관없었다. 녹음기를 켜뒀기 때문이다. 한참을 쓰다가 주변을 둘러봤다. 다들 과제 때문에 고개를 처박은 채였다. 웃음이 났다. 사람사는거 다 똑같다는 생각을 했다.

쉬는시간에 과제 제출을 끝마쳤다. 내 자신이 대견해서 견딜 수 없었다. 뭔가 굉장한 일을 해낸것만 같았다. 간만에 느껴보는 성취감이었다. 또 담배를 피웠다. 좋은 기분으로 이곳 저곳을 둘러봤던것 같다. 맞은 편 건물 옥상의 페인트 칠이 한창이었다. 

수업이 끝났다. 영화를 보겠다는 계획을 세운 뒤 지하철로 발걸음을 옮겼다. 오늘도 어김없이 관광객들이 단체로 놀러온 모양이었다. 여행을 가고싶어졌다. 여름 쯤 갈 수 있으려나 생각하며 역으로 향했다. 

역에 겨우 도착해 뭘 먹을까 고민하며 들어선 백화점 푸드코트가 많이 바뀌어 있었다. 새단장을 한 모습이었다. 매일 오는 곳인데 여태 눈치채지 못했다니. 그동안 정말 여유가 없었구나 싶었다. 이리저리 돌아다니다가 식사메뉴를 선택하고 영화를 예매했다. 간단한 식사를 마친후 영화관으로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터에 서서 거울을 보다가 역시 나는 혼자가 더 편하구나 깨달았다. 갑자기 벅차올랐다. 내 의지로 이루어진 나만의 시간이라는 소중함을 느꼈다.

'내 작은 영화관'이라 부르기로 한 영화관에는 웬일로 사람이 많았다. 문화의 날이어서 그런가라는 의문을 가지며 티켓을 발권했다. 곧 입장 시간이었다. 아직까지 수동으로 입장알림을 표시해주는 조그만 판은 언제봐도 마음에 들었다. 오늘도 마찬가지였다. 맨 앞 줄에 앉아도 스크린이 한 눈에 들어올 만큼 작은 영화관이지만 꾸준히 찾는 이유이기도 하다. 

밖은 아직도 밝았다. 해가 길어졌구나 실감했다. 꽤 긴 하루를 보낸것 같은데, 아직 밝은 하늘 덕분에 하루의 중간쯤에 머물러있는 기분이 되었다. 한참을 더 있어야 내일이 올것 같았다. 이맘 때 쯤이면 하루가 너무 길다는 생각을 매년 빠짐없이 해 왔다. 매일이 이랬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함께. 사람은 해가 떠있는 시간이 길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쉽게 여유로워지곤 하니까.

요즘은 매일이 지금 같았으면 좋겠다는 생각과 계속 이럴 수 있을까라는 불안함 사이의 그 어딘가에서 살고있다. 아무튼 오늘은 행복한 하루였다. 행복이라는 감정을 잊고싶지 않다.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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