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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6월 1일

"이제 좀 행복해봐도 되지 않겠어요?" 행복감이라는 감정이 너무 생소해서 현실과의 괴리감까지 느껴진다는 내 말에 웃으며 답해주셨다. 무거운 짐을 오랫동안 짊어지고 있다가 갑자기 내려놓았을때에 느껴지는 홀가분함 같은거라면서. 평소보다 많은 말이 오갔다. 왜인지 자꾸만 할 말이 떠올랐다. 

죽고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으면 좋겠다던 말을 했던게 생각나냐고 물으셨다. 네, 그랬었죠. 이제는 괜찮아요. 병원에 다니기 시작한지 이제 겨우 한달이 지났는데, 까마득히 먼 옛날 같았다. 그랬었지. 그랬었어. 

날이 더웠다. 하루만에 여름이 온건가 싶었다. 약을 처방받으려던 피부과는 점심시간이었다. 한시간 쯤의 여유가 생겼다. 서점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좋아한다는 사실을 깨달은 뒤로 시간이 남는다 싶으면 서점으로 향하는 습관이 생겼다. 생각해보면 깨닫기 전에도 자주 그래왔다. 그저 시간 때우기 정도로만 여겨왔을 뿐.

오늘이 토요일이었나 싶어 핸드폰 시계를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사람들이 북적거렸다. 그래도 조용했다. 늘 그래왔듯이. 그래서 좋았다. 책에 집중한 사람들과 그때문에 서로에게 무관심한 분위기. 나는 정말 서점을 좋아하는구나 다시 한 번 깨달았다. 

<이갈리아의 딸들>이 눈에 띄었다. 단 번에 집어들었다. 한시간이 금방이었다. 책을 읽다 말고 카운터로 향했다. 문화생활의 범위가 넓어졌다는, 그러니까 나갈 돈이 많아지겠다는 생각이 스쳤지만 그게 뭐 어떤가 싶었다. 나는 살고싶으니까. 사람답게 살고싶으니까.

 약을 타고 집으로 가는 길에 마주친 선거 벽보는 남성 정치인들로 가득 차 있었다. 이갈리아였다면 어림도 없었을텐데. "하, 하! 맨움은 뱃사람도 될 수 없어. 남자 뱃사람이라니! 호호!" 페트로니우스를 비웃는 바의 목소리가 들리는듯 했다.

모든 담장 마다 활짝 핀 장미가 폭포처럼 매달려있었다. 그늘 사이사이로 쏟아지는 볕의 반짝임이 정말 예뻤다. 영상으로 담고있자니 뒤에서 지저귀는 새소리가 들려왔다. 놓치고 사는것들이 많은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뿌듯한 하루였다. 해야할 일을 다 끝마친 하루. 집에 들어와 녹초가 된 채로 침대를 벗어나지 않았지만 하나도불안하지 않았다. 좋은 잠을 잘 것 같다. 좋은 꿈을 꾸면 더 좋고.

일기를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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