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내용으로 건너뛰기

여행

2018년 6월 23일 안양 여성 백일장

"유럽? 갑자기?" 정말 갑자기 걸려온 전화였다. 이미 나까지 함께하기로 결론을 내린 듯 확신에 가득찬 목소리였다. 물론 내 의사와는 상관없이. "응, 유럽. 지금 아니면 언제 가보겠어." 밑도 끝도 없는 권유에 웃음이 터져나왔다. 끊임없이 물어대는 친구에게 밤이 늦었다고 둘러대며 통화를 마쳤다.

누워있는 내내 지금이 아니면 언제 가겠냐는 친구의 말이 맴돌았다. 맞는 말이지 싶었다. 나는 여행에 취미가 없는 편이니까. 가자는 결론을 내렸다.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내가 가게되는 여행은 늘 이런식이다.

나는 여행을 싫어한다. 그렇다고 생각해 왔었다. 그러니까, 핑계였다. 나에게는 여유가 없으니까. 돈도, 시간도. 차라리 싫어한다고 마음을 먹는것이 스스로에게 위로라고 여겨온 것이다. 그리고 깨달았다. 나는 그간 여행을 싫어하는 '척'해 온거구나.

사람은 기억으로 살아간다. 그리고 그 기억의 한가운데에는 여행이 자리하고 있다. 그게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나는 이제서야 비로소 알게된 것이다. 여행을 다녀오고, 그 추억 속에서 또 기약 없는 여행을 꿈꾸는 것. 그리고 그때를 기다리며 기대에 부풀어 보내는 하루하루.

"나 여행 가려고." 또렷한 목소리로 말하는 내게 친구들은 웬일이냐는듯 눈을 동그랗게 떠보였다. "지금 아니면 언제 가보겠어." 자신이 했던 말을 그대로 되읊자 호탕하게 웃어보였다. "그래, 가자. 여행." 

시작됐다. 그 한 해는 여행으로 가득찬 일년이었다. 그리고 그 기억 속에 살고있는 지금까지도. 어쩌면 평생이.

일기를 씁니다

일기장 님의 창작활동을 응원하고 싶으세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