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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6월 23일

"꼭 그렇게까지 해야되겠냐"는 내 물음에 "응, 이렇게까지 해야되겠어."라고 답했다. "아쉽지도 않아?" "나는 그러면 안되지. 먼저 말 꺼낸 사람이 나니까." 이미 결론을 내려버린 뒤였는지 내가 어떤 말을 내뱉어도 부딪혀 속으로 다시 먹혀들어갈 뿐이었다. 아닌척 들어주겠다 말하고 나와 눈을 맞추는 그 앞에서 나는 한숨을 내쉬며 이마를 짚었다.

좋은 사람이었다. 짧은 만남을 정리하기위해 먼 길을 와 줄 만큼. 편한 사람이었다. 밉보일까 걱정되는 마음 없이 어떤 행동을 해도 될 만큼. 끝까지 그랬다. 네가 미워 이러는게 아니라는 말에 차라리 미워서 그러는거였으면 좋겠다고 말하고 싶을 정도였다. 나쁘게 굴어줬으면 했다. 그러지 못 할 사람인걸 알면서도.

"좀 천천히 걸어" 아쉬운 마음을 감추지 못한 채 마지막 발걸음을 함께 옮기던 내가 말했다. "나 네 덕분에 좀 늦어진거야. 원래는 더 해."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걸음은 한 템포 늦추고. "연락 안 할거야?" "안 해야지." "나는 해줬으면 좋겠는데." 잠깐동안 서서 웃다가 그러면 안된다고 나를 다독였다. 나도 알아. 그런데 그게 안되잖아.

잘 가. 즐거웠어. 마지막까지 다정했다. 한참을 붙잡고있던 악수를 끝으로 등 돌려 떠나는 그를 보며 울음을 삼켰다. 좋은 추억으로 남았으면 좋겠다던 그의 말이 생각났다. 그래서 이러는건가. 우울한 감정이 밀려왔다. 낯설었다. 간만에 느끼는 우울이 나를 지치게했다. 우울을 일상적으로 달고살던 시절동안은 대체 어떻게 버텨온거지 싶었다.

나는 사람을 정말 좋아하는구나. 속이 울렁였다. 알게된지 한달도 채 되지 않은 사람이었는데, 뭐가 이렇게 힘들지 싶었다. 정이 너무 많아. 생각하며 마지막 문자를 보냈다. '조심히 가' '응 너두 조심해서 가' 곧 바로 오는 답문자에 감정이 북받쳐 올랐다. 정말 조심해서 갔으면 좋겠다고 쓸데없는 텍스트를 치다 지우고 폰을 잠궜다. 가슴이 자꾸만 가라앉았다. 줄담배를 피웠다. 오늘이 영원할것만 같았다. 나의 마지막 날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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