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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4월 25일

그래 만나자. 언제나처럼 갑자기 성사된 만남이었다. 현정이는 6시 30분 쯤 역에 도착할것 같다고 했다. 한시간 쯤의 여유가 생겼다. 며칠 전 작은 서점에 들려 잠깐 읽었던 <현남오빠에게>가 생각났다. 서점에 있을게. 그래 도착해서 연락할게.

연초에 새단장을 했다는 백화점 속 영풍문고는 어느새 교보문고로 바뀌어있었다. 동생과 잠깐 방문했던 날의 냄새만이 그대로였다. 여느 서점이 그렇듯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진열되어있는 베스트셀러들이 보였다. 낯익은 책이 눈에 들어왔다. <82년생 김지영>이 당당히 1위에 자리하고있었다. 선뜻 집어들 수가 없었다. 마음이 복잡했다.

<현남오빠에게>를 읽고싶었다. 시간이 다 된 줄도 모른 채 빠져있다가 급하게 덮은 페이지에 적혀있던 구절이 자꾸만 아른거렸다. 혼자서 찾아내고 싶었는데, 도저히 찾을 수가 없었다. 결국 직원에게 도움을 청했다. 그제서야 책 표지가 눈에 띄었다. 낯선곳에서 아는 사람을 만난듯이 너무 반가운 마음에 정말 감사하다고 밝게 인사했다. 조금 웃기지만 그게 오늘의 첫 대화였다.

나는 서점을 좋아한다. 오늘에서야 깨닫게 된 사실이다. 서점에 가득한 특유의 냄새와 차분한 공기, 조용한 음악, 책에 집중하는 사람들과 그래서 서로에게 무관심한 분위기 같은 것들. 매일같이 들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문득 어린시절의 내가 떠올랐다. 그때의 나는 책을 좋아했다. 서점을 좋아하는건 말 할 필요도 없는 사실이었는데, 왜 이제서야 깨달았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아무튼 그때의 나는 엄마와 큰 서점에 들릴때면 어린이를 위한 독서 공간 자리에 앉아 이런저런 책들을 읽곤했다. 랩에 싸여져 구매를 해야만 읽을 수 있는 신권들을 보며 아쉬워하기도 했다. 도서관에는 언제쯤 들어올까라는 생각을 하며. 

엄마에게 책을 한권 사도 되냐고 물었다. 사라는 대답이 흔쾌히 돌아왔다. 나는 항상 고민하고 주저하다가 묻는데, 그에 대한 답은 늘 간결하고 명료해서 허무해질 때가 있다. 오늘은 그래도 괜찮았다. 책을 샀으니까. 계산을 끝내고 등을 돌려 밖으로 나왔다. 무거웠던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바람이 선선했다. 밖에 나와 현정이를 기다리는 잠깐동안에도 책을 읽었다. 문득 표지에 적힌 제목이 신경쓰였지만 정말 순간 뿐이었다. 82년생 공지영 생각에 혼자 웃음이 났다. 기분이 좋아졌다. 서점에 자주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좋아하는 것을 찾아서 좋은 하루가 됐다는 생각을 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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