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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6월 16일

그날은 집으로 향하는 지하철 안에서 성추행을 당한 날이었다. 어딜 만지느냐 소리치자 아무일도 없었다는듯 자리를 뜨는 남자와 나에게만 꽂히는 시선들 속에서 떨리는 손으로 신고문자를 보냈다. 처음있는 일이 아니었다. 이따위 일에 익숙해지고싶지는 않은데. 진술서를 작성했다. 무기력해졌다. 내내 내가 어떻게 하던지 간에 절대 벗어날 수 없는것 같다는 생각 뿐이었다.일종의 체념이었다. 여자로 태어난게 서러웠다. 

감사인사와 함께 문을 닫은 후 참았던 눈물을 흘렸다. 참아보고 막아봐도 속수무책이었다. 한참을 서성거리며 울었다. 걱정스럽다는듯한 사람들의 표정이 죄다 위선적으로 느껴졌다. 

문득 지하철을 다시 탈 수 있을까 걱정됐다. 혹시나하는 마음에 버스 노선을 검색했다. 지하철보다 두배는 더 긴 시간이 소요되는 노선들만이 존재했다. 내가 여자로 살면서 낭비한 시간들에 대해 생각했다. 지름길을 놔두고 큰 도로로 돌아가야만했던 어두운 밤길들 부터, 지난날의 성추행으로 인해 얻게된 공황장애까지. 그리고 그 때문에 집에서 죽은 듯 보냈던 아까운 시간들도. 

이런 일에 공감하고 같은 경험을 공유할 사람들이 없으면 좋겠다. 차라리 나에게만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거였으면 싶은 심정이다. 오늘 내가 당하지 않았더라면 또 다른 누군가가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나 대신 추행을 당했겠지. 오히려 잘 된 일이야. 내 자신을 다독였다.

일기를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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