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게 써내려간 글을 좋아하던 때가 있었다. 그리고 그게 수월했다. 그랬던것 같다. 그리고 지금은 아닌 모양이다. 뭘 하든 뚝뚝 끊겨 떨어져 버린다. 마치 나의 이어지지 않는 감정 선들 마냥. 요즘은 말을 하다가 중간에 정적을 띄운 후 "아니다"라는 말로 문장을 끝맺곤 한다. 왜, 뭐가 아닌데. 라는 물음에도 아니라고 또 한 번 대답한다. 다시 한 번 되물으...
너를 좋아했었나봐. 중학교 때 있잖아. 너랑 나랑 단 둘이 다니던. 넌 딱히 날 챙겨 줄 필요도 없었는데, 패거리 싸움에 잘못 휘말려 혼자가 된 나와 굳이 함께 다녀줬어. 그리고 난 그게 고마웠다? 근데 한 번도 말하지 못해줬던것 같아. 이제라도 말하고싶은데 또 그렇게까지 닿을 인연은 아니고. 아쉬움만 남네. 있잖아. 너는 되게 조그맣고 작았잖아. 자꾸만 ...
부풀어 오르며 발열하는 것이 못마땅했다. 살려고 발버둥치는 것만 같았다. 이제는 이유를 찾는 일도 하나의 과제가 되었다. 이유를 찾으면 조금이나마 나아질까 하는 쓸데없는 미련이 사람을 궁상맞게 만든다. ‘그냥’이라는 대답이 제일 괜찮은 줄도 모르고.
길고양이가 차에 치이면 어디로 가는 줄 알아? 빗자루에 쓸려 쓰레기통으로 들어가더라. 차마 옮기지 못해 덮어둔 낱장의 신문지랑 같이. 주변에 있던 물든 은행잎들과 별 다를바 없이. 낙엽이라기엔 그렇게나 무거운데도. 묻어 줄걸 그랬어. 그제서 깨달은 난 바보였다. 몇몇 아이들이 몰려있었다. 설마 하는 불길한 예감에 발걸음을 돌려 향한 그 곳에는 길고양이의 사...
힘든 나날들을 보내고 있다. 또 다시 도진 대인기피증과 파도처럼 나를 덮친 우울증. 그리고 그 안에 가만히 잠겨있을 수 밖에 없는 나. 별 다른 방도가 없다. 가만히, 정말 가만히. 어쩌면 무기력하게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그동안 써온 일기가 다 꿈만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울증에 관한 감각들이 벌써 아득하게 느껴진다는 옛 글에 쓴웃음을 지었다. 정말 ...
배가 터질듯 불러 목까지 음식물이 차올랐지만 어거지로 꾸역꾸역 계속해서 무언가를 입에 집어 넣는다. 왜그런지는 모르겠어. 살고싶나봐. 살고싶어서. 라고 대답한다. 제대로 살아본 적도, 그럴 의향도 없으면서. 마치 그래본 것 마냥. 지하철 성추행 사건은 결국 미제편철로 종결되었다. 나는 여전히 그 안에 살고있지만 이런 나의 상태는 아무래도 상관없는 모양이었다...
미안해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미안함과 고마움 모두 불필요한 관계가 되길 바라면서. 어쩌면 너는 벌써 그러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지만. 어느새, 어느덧 한 달이야. 긴 시간인지 짧은 시간인지 아직은 잘 모르겠지만, 앞으로 함께 할 날들이 더 많았으면 하고 바라. 점 점 더 좋아져 겁나는 마음은 이제 잠시 넣어두기로 했어. 어찌됐든 지금에 충실하면 되지 않을까?...
여름이 지나가는 소리가 들렸다. 사근거리는 귀뚜라미의 울음소리, 얼굴을 스치고 지나가는 서늘한 바람, 느닷없이 내리는 시원한 비 같은 것들이 말해주고 있었다. 이제 가을이라고. 드디어. 정신없는 여름이었다. 그 누구보다 바쁘게 이곳 저곳을 쏘다녔다. 조증탓이었다. 선생님께서는 '착한 조증'이라고 말씀하셨다. 자신을 축내는 일만 자제했으면 좋겠다면서. 근데 ...
그냥 그런 날이 있다. 모든 신뢰가 무너져 내리는 날. 별것도 아닌데 죽을것만같아 다 포기하고 싶어지는 날. 오늘이 그랬다. 생의 마지막을 가까스로 남겨둔채 어떤 누군가가 그 하나마저 무너뜨려주길 기다리는 사람처럼 굴었다. 그리고 그 누군가는 결국 내 자신이었다. 내 삶을 짊어지고 내려놓는 결정은 오로지 나 뿐 만이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속이 까맣게 타들...
망설임 없이 돌아온 거절에 머뭇거리며 문을 쥐어잡는다. 웃음이 터져나왔다. 아니에요, 괜찮아요. 말을 바꿔 권유를 받아들이는 우리에게 그는 재차 물었다. 진짜 괜찮은거 맞죠? 헌팅이었다. 생각조차 없었다면 거짓이겠지만 뜻 밖이긴 했다. 요즘은 이렇게 새로운 만남이 잦다. 몇 살이에요? 스물 한 살요. 다들? 네, 친구들이에요. 우린 다 다른데. 궁금한게 많...
정신을 차려보면 끝이 보일 때 까지 무언가에 애정을 쏟아붓고있는 내가 있다. 스며들듯 빠져들어 헤어나오지 못한다.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르듯이 그렇게, 어느새. 분산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한다. 나의 애정이 무너져내렸을때 삶 또한 그러는 일이 없도록. 그러나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나도 모르는 사이 내 주변은 온통 그것뿐이었다. 의문이 생긴다. 나는 대체 ...
간지러워. 손목을 감고있는 시계 줄 위로 연한 살갗들이 잔뜩 쌓인다. 말그대로 긁어 부스럼 만들기였다. 분명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괜찮았는데. 시계를 풀어 한층 더 올려찬다. 상처가 가려지도록. 바쁘다. 얼마전부터 일 하게된 카페는 눈 코 뜰 새 없이 바빴다. 쉴 틈이 없다. 생각할 시간도 마찬가지다. 감정이 담기지 않은 기계적인 상냥한 말투에 되돌아오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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