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자신한테 묻고싶다. 왜 자꾸만 기대를 버리지 못하는 거야? 이제 딱 일주일이다. 내가 너한테, 그리고 사람에게 걸었던 모든 신뢰가 무너져내린다. 알면서도 모른척한 미련함을 탓한다. 쉽게 정 붙이고 마는 나의 낮은 자존감을 탓한다. 또 후회로 가득찬다. 도리질을 쳐댔다. 아니야, 상관없어 이제는. 상관 없어. 상관 없잖아. 밖으로 나서자마자 숨이 턱하니 ...
행복했던 일들을 생각해보기로 했다. 여행때 방문한 미술관에서 생동감 넘치는 말 그림을 본 정현이가 진짜아니냐며 타보라고 권하자 정색하면서 그런 쓰잘데기 없는 소리 좀 하지말라고 말했던 지현이. 비행기 안에서 웃음을 참지못해 입에 물고있던 음료를 내 바지에 그대로 뱉어버렸던 정현이. 얼마전 가졌던 짧은 만남. 나를 좋아해주던 사람들. 오직 나만을 위해 보냈던...
샤워 중이었거든. 갑자기 면도칼이 눈에 띄는거야. 옆에 있던 눈썹칼도 같이. 그래서 그랬어. 쇠 냄새가 순식간에 퍼지더라. 어쩌면 피 냄새였을지도 모르지. 아, 이러지 않기로 했는데. 주저앉은채 머리를 감싸쥐었어. 그래도 눈물은 안 나오더라. 예전이었으면 눈이 퉁퉁 불어 터질만큼 울어 제꼈을텐데 말이야. 흉터가 흐릿해질만큼이나 괜찮았던 나날들을 한 순간에 ...
"그러면 만나 줄거야?" "너 나 이제 안 보겠다며" 등돌려 누운채 말하는 내 팔을 잡아당기자 돌아간 고개가 그의 얼굴과 맞닿았다. "안 볼거면 하지마." "뭐를" "그게 뭐든." 듣지 않는다. 마주친 눈이 말 하고 있었다. 네가 뭐라하든 듣지 않을거라고. 확실히 좋은 시작은 아니었다. 이런 저런 걱정들이 불안을 증폭시켰다. 그래도 어쨌든 시작된 관계였으니...
잘 지내? 잘 지내고 있어? 그냥 문득 네가 떠올랐어. 어쨌든 나에게 있어서 너는 처음이었잖아. 우리 사이가 뭐였던지간에. 난 그 모든게 우리 둘에게만 가능한 일인 줄 알았다? 근데 아니었어. 아니더라고. 내가 그렇게 믿고싶어 했었나봐. 너는 그럴만 했으니까. 어떻게 지내고있어? 너 나한테 잘 지내라고 그랬잖아. 그런 말 하는게 웃기다던 나한테 인사치레일 ...
왜? 그러면 안돼? 내가 되물었다. 우리 아무런 사이도 아니잖아. 귀찮아. 모든게 가벼웠으면 좋겠어. 나조차도. 꽤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문득 대인기피증으로 힘들어하던 나날들이 스쳐지나갔다. 무슨 차이인거지? 뭐가 달라진거지? 사실 딱히 큰 변화가 있는건 아니었다. 이따금씩 공황과 마주하기는 지금도 마찬가지이니까. 그래도 다르긴 달랐다. 안정감에 대해 생...
바다가 무섭지 않았다. 아득한 수평선에 두려움까지 느끼던 예전의 나는 어느새 사라진 뒤였다. 밀물의 파도는 모래사장과 바다 그 사이 어디쯤 앉아있는 나를 자꾸만 밀어냈다. 가만히 내버려뒀다. 애초에 내가 뭘 어떻게 할 수 있는 일도 아니었다. 밀리면 밀리는대로, 당겨지면 당겨지는대로. 한참을 앉아있다가 결국엔 드러누웠다. 세상이 온통 파랬다. 하늘도, 바다...
"꼭 그렇게까지 해야되겠냐"는 내 물음에 "응, 이렇게까지 해야되겠어."라고 답했다. "아쉽지도 않아?" "나는 그러면 안되지. 먼저 말 꺼낸 사람이 나니까." 이미 결론을 내려버린 뒤였는지 내가 어떤 말을 내뱉어도 부딪혀 속으로 다시 먹혀들어갈 뿐이었다. 아닌척 들어주겠다 말하고 나와 눈을 맞추는 그 앞에서 나는 한숨을 내쉬며 이마를 짚었다. 좋은 사람이...
"유럽? 갑자기?" 정말 갑자기 걸려온 전화였다. 이미 나까지 함께하기로 결론을 내린 듯 확신에 가득찬 목소리였다. 물론 내 의사와는 상관없이. "응, 유럽. 지금 아니면 언제 가보겠어." 밑도 끝도 없는 권유에 웃음이 터져나왔다. 끊임없이 물어대는 친구에게 밤이 늦었다고 둘러대며 통화를 마쳤다. 누워있는 내내 지금이 아니면 언제 가겠냐는 친구의 말이 맴돌...
그날은 집으로 향하는 지하철 안에서 성추행을 당한 날이었다. 어딜 만지느냐 소리치자 아무일도 없었다는듯 자리를 뜨는 남자와 나에게만 꽂히는 시선들 속에서 떨리는 손으로 신고문자를 보냈다. 처음있는 일이 아니었다. 이따위 일에 익숙해지고싶지는 않은데. 진술서를 작성했다. 무기력해졌다. 내내 내가 어떻게 하던지 간에 절대 벗어날 수 없는것 같다는 생각 뿐이었다...
"너는 그냥 사회에 반항하려 드는거야" "아니라니까. 나는 태어날 때 부터 이랬다고." 적어도 후회할 일이 되진 않을 줄 알았는데, 큰 착각이었다. 지나친 오만이었다. 엄마를 너무 사랑했다. 그래서인지 성급했다. 가문에 저주가 흐른다는 말을 계속 했다. 가볍게 웃어넘기려 노력하는 내 말은 들리지 않는다는듯이 굴었다. 이해하고 싶지 않고 하지도 않을거니까 그...
지현아 안녕 우리는 정말 매일같이 만나는구나. 그런데 우리 어젠 안 만났어 그러니까 매일은 아니야. 연락은 하루도 빼놓지 않고 하는 편이지만 말이야. 나는 네가 없으면 허전해 나에게 너보다 편한 만남은 없으니까. 너도 그랬으면 좋겠다. 저번에도 이런 내용의 편지를 썼는데 읽지 않았다니 정말 너도 참 너다 그렇지만 안 읽을 줄 알고 있었어. 왠지 그럴 것만 ...
일기를 씁니다
자유로운 창작이 가능한 기본 포스트
소장본, 굿즈 등 실물 상품을 판매하는 스토어
정기 후원을 시작하시겠습니까?
설정한 기간의 데이터를 파일로 다운로드합니다. 보고서 파일 생성에는 최대 3분이 소요됩니다.
포인트 자동 충전을 해지합니다. 해지하지 않고도 ‘자동 충전 설정 변경하기' 버튼을 눌러 포인트 자동 충전 설정을 변경할 수 있어요. 설정을 변경하고 편리한 자동 충전을 계속 이용해보세요.
중복으로 선택할 수 있어요.